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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이두나!] 처음 보는 사람에겐 당황스러움이, 기존 원작 팬들에겐 실망스러움이

출처 : 넷플릭스 공식 이두나 포스터

서론

이두나가 처음 드라마화된다고 했을 때, 정말 좋아했던 웹툰이었어서 큰 기대를 하고 있었다. 특히 수지가 이두나 역이라는 점에 딱 맞는 캐스팅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돌 경험이 있는, 연기력도 탄탄한 배우. 그리고 건축학개론으로 대한민국 남성들의 첫사랑을 떠오르게 했던 그녀가 한 번 더 누군가의 첫사랑으로 추억될 이야기라니. 기대하기엔 충분한 드라마였다.
하지만 솔직히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이 드라마에 거는 기대가 컸던 게 문제였을까. 누군가는 달달하게 설레며 잘 봤다는 드라마를 나에게는 실망만 안겨주는 드라마였다. 그치만 수지의 이쁨을 즐기고 싶다면 그것만큼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드라마.

이 포스트에서는 드라마 이두나와 원작에서의 이두나를 톺아보며 내가 실망했던 부분들을 짚어보려 한다.

 

 

 

출처 : 이두나! 코믹북 1편 표지

원작 웹툰 이두나!

원작 이두나에서는 캐릭터 한 명 한 명이 갖고있는 캐릭터 성이 작품의 매력이었던 웹툰이었다. 한 명 한 명의 존재감이 독보적이었고, 그 최고는 역시 이두나였다. 에피소드들의 스토리가 다이나믹하지 않아도 캐릭터들의 매력으로 충분히 재미있는 웹툰이다. 실제로 그런 매력에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또 다른 매력은 여러
에피소드들을 옴니버스식으로 풀어내었는데, 그 과정에서 갓 스무 살의 이원준과 그 주변 인물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는 재미이다. 20대 초반의 주인공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성장하는 모습이 이 웹툰을 관통하는 주제라고 생각한다. 결말에서 독자들의 혹평을 많이 들었는데, 난 주인공들의 이상적인 만화에서 나올법한 선택이 아닌 현실적인 선택에 오히려 더 여운이 많이 남았다. 인터넷에 후기들을 보면 이 점에서는 많이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난 호에 속하는 사람으로서 작품 이두나는 이야기를 되게 가볍게 풀어내었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작품이라 생각했다.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최고의 연기, 괜찮은 연출, 최악의 각색

드라마 이두나의 배우들의 연기는 정말 역대급이었다. 수지와 양세종의 눈빛 연기가 두나와 원준의 감정을 충분히 담고 있었고, 대사가 없이도 그들의 내면이 모두 보이는 듯했다.(내가 원작을 봐서 그들의 상황을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수지와 하영의 은근한 눈치싸움 또한 두나와 진주의 삼각관계(정확히 말하면 이라까지 사각 관계여야 하지만...)를 잘 묘사하고 있었다. 배우 진들의 캐스팅은 어디 하나 지적할 곳이 없다고 생각된다.
연출 또한 감독이 로맨스 전문 감독이어서 그런지 굉장히 잘 표현했다고 느껴졌다. 누구보다 이쁘고 아름다워야 할 두나를, 수지라는 배우 캐스팅도 한몫했겠지만, 연출을 통해 더 아름답게 표현하였다. 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상징적 장치, 표현, 장면들도 굉장히 감명 깊었다. 빛을 이용한 카메라 구도를 통한 조명 연출은 예전 드라마 ‘알고있지만’에서 한소희를 굉장히 이쁘게 만들어주는 그것과 상당히 유사했다. 화려한 캐릭터인 두나를 좀 더 화려하게 잘 나타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연기와 연출을 모두 잡아먹는 각색된 스토리가 내가 이 드라마 전체 평을 좋지 않게 말하는 이유이다. 각색 없이 웹툰 그대로 이미지를 영상화로만 시켰어도 이것보다 낫지 않았을까 싶은 각색. 혹자들에게 안 좋은 평을 듣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원작 결말도 난 여운이 남고 좋았는데, 일부로 여운을 남기기 위해 열린 결말로 표현한 것도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결말은 열어놓다 못해 독자들에게 작가로서의 책임 전가로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러한 부분들이 원작을 망쳐놓지 않았나 싶어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다.

 

 

 

출처 : 네이버 시리즈

기존 원작 팬으로서의 실망

아까 말했듯 원작의 매력 중 하나인 개성 있는 캐릭터들을 이상하게 만들어 놓음으로써 이두나 이야기의 매력이 반감되었다. 연예인도, 첫사랑도 아닌 굉장히 평범하지만 순수한 순애보로 나오는 캐릭터인 최이라를 왈가닥으로 만들어놓은 게 가장 마음에 들지 않았다.(사실 내 최애 캐릭터라 그렇다.) 그리고 하우스메이트였던 윤택과 정훈을 그냥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다. 윤택은 눈치 없는 여미새로 만들어놓았고, 정훈은 오히려 매력적인 남자의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매 문단마다 계속해서 반복하는 캐릭터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만큼이나 팬으로서 실망이 컸다.
원작의 매력 중 하나인 중간중간 나오는 B급 드립들도 하나도 살리지 못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선을 잘 지킬 수 있었던 장치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보니 진지하기만 한 드라마가 되어버린 것도 많이 아쉬웠다. 이 장치가 사라짐으로써 경험을 통한 등장인물들의 성장이 그저 그런 사랑 이야기로 전락시켜버렸다.
사실 이 모든 과정에서 각색이 잘 되었다면 또 어땠을지 모르겠지만, 9화 안에 많은 에피소드들을 욱여넣으려다 보니 개연성도 떨어져 버렸다. 그들의 왜 사랑에 빠지는지, 왜 그렇게까지 화를 내는지, 왜 저런 어처구니없는 선택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생략되었다. 그러다 보니 원작을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당황스러운 급발진 전개가 되어버릴 수도 있는 부분이 많았다.

 

 

 

출처 : 넷플릭스 코리아 이두나 공식 스틸컷

결론

이두나! 라는 웹툰의 캐릭터들의 개성이 좋았고, 그들의 성장 이야기가 풋풋해서 좋아서 팬이었던 개인적인 입장으로는 너무 실망스러운 드라마. 내가 좋아했던 캐릭터들의 개성은 모두 뭉개놓았고, 그들의 성장에는 관심 없고 두나와 원준의 사랑이야기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내가 좋아했던 이 웹툰의 매력은 싸그리 사라져버린 알맹이가 없는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내가 예전 정말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 ‘멜로가 체질’이 이런 매력을 정말 잘 살린 드라마였다. 캐릭터들의 매력을 통해 다이나믹한 스토리는 없지만, 소소한 이야기들로 이제 막 서른이 된 주인공들의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드라마. 물론 내가 매력을 느끼는 부분에 누군가는 매력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이 드라마 역시 재밌게 본 사람도 많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이 드라마에 있어 별점을 주자면 두 개 정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