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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무빙] 블랙요원과 초능력자 이전에 한 아이의 부모

출처 : 무빙 공식 홈페이지

서론

9 20일을 마지막 화로 무빙이 완결되었다. 8 웹툰으로 봤었고, 꽤나 재밌게 봤었기에 기대했던 시리즈였고, 이틀 날밤을 새워 정주행해 버렸다. 다행히 8 웹툰을 봤던 기억은 가물가물했고, 어느 정도 각색된 부분들이 있어서 재밌게 있었다. 무빙 완결을 기다렸다가 추석 연휴를 이용해서 정주행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추석 연휴에 아이패드를 들고 본가로 내려갔고, 후기를 위한 소재는 정리해 놓고선 최근 바쁜 일이 많아서 이제서야 후기를 쓴다.

 

 

 

출처 : 카카오페이지

완성도 높은 웹툰 기반 시리즈

웹툰 원작인 시리즈인 무빙은 강풀 작가의 작품이다. 한국 웹툰계 거장, 강풀 두 글자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보통 잘 만들고 인기 있었던 웹툰을 원작으로 들고 와서 드라마화하는 과정에서 각색과 연출 과정에서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와 공감이 달라 흔히 말하는 ‘망작’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물론 배우진의 캐릭터 해석에도 차이가 갈리는 경우도 많다.(보통 홍보를 위해 캐릭터 이해도가 낮은 연기를 보여주는 아이돌을 데려와서 연기시키는 경우에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선호하지 않는 마케팅 방식이다.) 그럴 때마다 웹툰을 좋아해서 드라마를 보게 된 팬들에게 혹평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내가 생각했고 공감했던 이야기는 이것이 아니었고, 내가 매력적으로 느끼고 이해했던 캐릭터는 그게 아니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빙은 강풀이 직접 각색에 참여했다. 그렇다 보니 이야기의 완성도는 당연히 높아지고, 우리가 웹툰으로 접했던 이야기와 감동, 캐릭터들이 그대로 영상에 묻어 나올 있었다. 그리고 웹툰에서는 간략하게 넘어갔던 캐릭터들의 서사 역시 추가되었지만 원래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인 마냥 녹아들어 새로운 재미를 더했다. (원작 웹툰에는 장주원과 황지희에 대한 서사가 없다.) 촘촘한 짜임새와 하나라도 거를 없는 이야기 흐름은 역시 완벽주의자 강풀의 특징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놓칠 수 없는 연출 디테일

무빙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전기 능력을 가진 캐릭터가 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낀 캐릭터였는데, 전기를 다룬다는 점에서도 뭔가 마블의 일렉트로라는 빌런(스파이더맨 빌런)을 떠오르게 한다. 몇 화인지는 정확히 기억 안 나지만 김봉석이 스쳐 지나가듯 말한 기억에 관한 TMI가 있다. 기억은 뉴런에서 일어나는 전기 신호에 가깝다는 상당히 이과충스러운 우스갯소리를 한다. 가볍게 넘어갈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나중에 전기 능력자들이 전자기기에서의 전기 신호를 통해 기억을 읽어내는 장면을 보여준다. 원작에는 없던 이야기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컨셉의 캐릭터적 요소였다고 생각한다.

무빙 에피소드 5화의 제목은 주황색이다. 장희수는 유일하게 가지 색으로 이름이 만들어진 주황색을 싫어한다고 한다. (그럼 청록색은...?) 이도 저도 아닌 색이라서 싫다고 말하는 주황색 에피소드를 나는 가장 감명 깊게 봤다. 노란 우비를 입은 장희수와 노란 패딩을 입은 김봉석의 밝은 모습과 빨간색 피로 물들은 17 1 싸움씬의 장희수는 다소 대비된 모습을 보여준다. 주황색으로 애매하게 바에 빨간색을 선택했다가 강제 전학을 가게 장희수는 색에 대한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있다는 거잖아 라는 김봉석의 말을 통해 생각을 바꾸게 되는데,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색으로 표현한 연출이 좋아서 에피소드가 가장 머릿속에 남지 않았나 싶다. (물론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한 연출적 장치들이 많을 수도 있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코리아 공식 유튜브

블랙요원과 초능력자 이전에 아이의 부모

나는 강풀의 작품을 예전부터 상당히 좋아했다. 어르신들의 삶과 사랑을 그린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포칼립스 좀비물 속에서 사랑을 그린 ‘당신의 모든 순간’, 미스터리 심리 썰렁물 시리즈까지. 강풀은 다양한 소재와 컨셉 속 따뜻한 사랑을 작품 속에 녹여내었다. 난 그게 좋았고 참신해서 어릴 때 부터 그의 작품은 꼭 챙겨보았던 기억이 난다. 이런 그의 작품 속 사랑은 이번 무빙에서도 부모의 사랑으로 잘 녹아났다.

김봉석의 어머니인 이미현의 대사 자식을 지키기 위해선 괴물이 있어라는 장면이 있다. 개인적으로 무빙 전체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사였다. 그들은 국정원 블랙요원과 초능력자 이전에 아이의 부모이고, 그들을 지키기 위해선 무엇이든 있는 사람이다. 훈련된 요원과 초능력자가 아니더라도 우리의 부모님들 역시 자식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실 것이다. 이런 강풀 작품에 녹아나는 따뜻한 사랑이 참신한 소재와 합쳐지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출처 : 카카오페이지

무빙의 후속작 브릿지

무빙은 브릿지라는 이름의 후속작 웹툰이 존재한다. 과연 후속작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실한 오피셜은 뜨지 않았지만, 여러 상황이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여러 팬들의 기대를 낳고 있다. 물론 나 역시도 후속작을 기대하는 팬 중 하나이다.
무빙에는 웹툰 타이밍에 나오는 김영탁과 무빙에 나오는 신혜원이 그들의 능력을 잠깐 보여주는 씬이 등장한다. 이 장면이 그저 단순한 까메오에 불과할지, 아니면 정말 후속작을 위한 장치일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하지만 브릿지의 내용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김영탁의 등장은 충분히 후속작을 기대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무빙은 OTT 시장에서 비교적 점유율이 낮던 디즈니플러스에 새로운 바람을 불게 만들어 준 오리지널이다. 무빙의 글로벌 성공에 밥 아이거 월트 디즈니 컴퍼니 회장이 직접적으로 축하 메세지를 전했다는 말이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런 성공에 디즈니 플러스 입장에서는 후속작 제작 검토를 긍정적으로 하지 않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출처 : 디즈니 플러스

결론

웹툰 기반의 OTT 자체 제작 시리즈물 붐이 일기 전 학생 때부터 웹툰을 즐겨보았던 사람의 입장으로서 많은 웹툰 원작 시리즈 중 가장 잘 옮겨 담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옮겨 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매력적인 요소는 살리되 새로운 해석의 연출로 원작보다 낫다는 평도 듣고 있으니 말이다. 이걸 계기로 디즈니 플러스의 인지도가 높아졌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아무래도 디즈니 플러스에는 재미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평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디즈니, 마블, 픽사의 팬이 아니라면 구독자로 유입시키기 힘든 구조이기도 했다. 이번 무빙을 통해서 기존 디즈니, 마블, 픽사 IP를 활용한 프리퀄, 스핀오프, 시퀄 등의 콘텐츠 돌려막기에서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 제작도 필요하다는 것을 디즈니 플러스가 인지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더 많은 무빙 같은 콘텐츠들이 늘었으면 좋겠다. 무빙에 대한 별점을 주자면 별 다섯 개 만점에 세 개 반 정도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