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항상 작품을 보고 난 후엔 감상평을 남기는 나였는데, 플랫폼을 옮기기로 다짐하고 늘 미루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적는 게시글이다. 이 시리즈를 끝까지 보고서는 글을 적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괜찮다고 여겨지는 작품에 이 감명이 채 사라지기 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다. 이 글을 시작으로 다시 내 취미생활을 이어가 보려한다. 서론이 길어지는 걸 좋아하지 않으니 바로 작품에 대해 끄적여보려한다.
끊기 힘든 자극적인 불편함
총 7편정도 되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다고 말할 수 있는 분량의 이 시리즈를 난 미처 끊지 못하고 단숨에 봐버리고 말았다. 보는 내도록 영화 '박화영'이 계속 머리에 그려졌다. 불편한 감정이 지속되지만 중간에 그만둘 수 없을 정도로 자극적인 작품이었다. 영화 '박화영'도 그랬듯 '마스크걸'은 어두운 현실에 대해 지독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눈살이 찌뿌려질 정도로 불편한 내용이 유쾌한 요소 하나 없이 음침하고 추잡하게 그려지지만 그런 자극적임이 중간에 시청을 포기할 수 없게 만든다.
이 작품에는 누구나 속으로 생각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지않고 살아가는, 나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그런 외모지상주의에 대한 극단적인 장면 표현이 잦다. 얼굴이 못생겼지만 몸매가 이쁜 여자를 주인공으로 세운 것 부터가 작가(원작 웹툰 작가)는 사람들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한, 사회에서 미처 표현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외모지상주의를 콕 짚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채 숨기며 살아가는 그런 내면이 들켜서 발가벗겨진 기분에, 이 작품에 시나브로 감정이 이입되었을 지도 모른다.
외모지상주의
웹툰을 기준으로 총 3부로 나누어진 구성은 이 시리즈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이한별이 배역을 맡은 성형 전 김모미의 이야기를 담은 1부, 나나가 배역을 맡은 성형 후 이야기를 담은 2부, 고현정이 배역을 맡은 나이가 들어서의 이야기를 담은 3부로 나뉜다. 모든 에피소드들이 몰입하기에 충분히 긴장감있고 재밌었지만 나는 1부에 대해 다뤄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마 작가가 이 작품에 담아 전하고 싶었던 사회 비판을 가장 많이 담은 파트가 아닐까 싶다.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 내 솔직한 마음을 표현하자면 인간이기 이전에 동물로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이 한 줄을 통해 혹자는 내 모든 다른 글 내용도 읽지 않고 나를 비난할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화려한 깃털의 수컷 공작이 다른 암컷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암컷 공작들을 비난할 수 없는 것이고, 무리에서 가장 강하고 멋진 갈기를 가진 사자에게 여러 암컷들을 거느리는 현상을 보고 이상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지 않겠는가. 물론 우린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그 이성이 끌리는 매력에 재력 또는 사회적인 지위가 추가될 수는 있겠다. 하지만 큰 궤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김모미는 못생긴 외모때문에 무시받는 비운의 여주인공이다. 그런 그녀는 친하게 지내는 비슷한 외모의 직장 동료와 함께 이쁘장한 후배의 사회생활을 아니꼽게 바라본다. 그러면서도 본인도 잘생기고 능력좋은 유부남 부장님을 짝사랑하는 역설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심지어 가장 최악으로 추락하여 심신미약의 그가 취해서 정신이 없을 때 성관계를 갖기도 한다. 이러한 역설적인 장면을 통해 김모미라는 인물 또한 그들과 다를 것 없다는 표현으로 그녀를 향한 무조건적인 연민 또한 배제시켜버린다. 어느 누구도 선(善)뿐인 인물은 없고, 어느 누구도 악(惡)만은 없다. 다 그들만의 기준에서 그들의 이득만을 위해 행동할 뿐이였다. 선악의 모호성을 잘 표현함으로써, 좋게 말하면 한번 더 생각해볼 수 있을 법한 나쁘게 말하면 논란거리가 될 법한 이야기를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모든 회차가 강력범죄물
그녀가 가진 매력은 얼굴을 가리고 마스크를 쓴 인터넷 방송에서 비로소 어필된다. 사실 다른 매력은 없다. 그저 몸매가 이쁘다는 설정일 뿐이다. 그녀의 인터넷 방송의 댓글들은 그녀를 성적인 대상으로 밖에 보지 않는다. 그 열혈팬 중 한명은 그녀를 강간하려다가 실패하기도 한다. 사실 여기서부터가 진짜 스릴러의 시작이다.
살인, 강간, 시체유기, 폭행, 성매매, 스토킹, 납치 등 모든 회차가 끔찍한 사건들의 연속이다. 아마 이 또한 불편한 자극에 한 몫 했을거라 생각한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확실한 방법으로 작품은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그런 긴장감이 대략 7시간이나 하는 7화 분량의 시간을 단숨에 지나가게 했다. 나는 이틀에 걸쳐 봤지만 오늘이 주말이었거나 출근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면 밤새워서 봤을 것이다. (덕분에 어제 늦게자서 오늘 회사에서 좀 힘들었다.)
작가가 내포하고자 하는 작품의 의미를 떠나 관객에게 몰입도를 줄 수 없다면 적어도 상업적인 면에서는 결코 좋은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게 내 가치관이다. 이 작품은 불편하지만 자극적인 주제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충분히 긴장감을 갖고 관람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하고, 그 점으로만 봐도 충분히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하자면 이 정도로 자극적이지 않으면 이미 난무하는 자극적인 콘텐츠에 절여진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는 말이되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다. 어쩌면 다소 모순적인,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론
중간중간 개연성이 떨어지는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긴 하지만 작품 감상에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기억을 되짚어봐도 몰입에 거슬릴 정도는 없었던 것 같다. 원작(웹툰)을 보지 않고 이 시리즈를 먼저 접하게 된 나는 반전 요소도 충분히 즐길 거리였고, 반전을 위해 억지 플롯을 집어넣지 않았던 점도 좋았다고 생각한다. (적다보니 한 억지 요소가 떠오르긴 하지만 스포성 게시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굳이 적진 않겠다.) 개인적인 입장으로 부패한 공권력에 대해 다루는 장면에 대해서는 아쉽다고 생각한다. 경찰공무원의 자식으로서 지극히 주관적인 속상한 입장이긴 하지만 너무 뻔한 클리셰 중 하나라고도 생각한다.
브런치같은 플랫폼에 회고하는 감상평이 아닌 감수하지 않은 초고 그대로의 글을 적은 티스토리 게시글로, 두서가 없어 제3자가 읽기엔 힘든 글일 수 있다. 하지만 날 것 그대로의 내 생각을 적기위함이 내가 플랫폼을 옮긴 이유이기도 하기에 굳이 퇴고하지는 않으려 한다. 생각 정리 후 쓴 글이 아닌 써내려가며 내 생각이 정리되는 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리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만한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별점을 주자면 별 다섯개 만점에 세개 반 정도 주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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