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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무엇보다 효과적인 결혼 바이럴

출처 : tvN 홈페이지

서론

처음에는 정소민이라는 배우를 좋아해서 보게 된 드라마이다. 역시 드라마는 여주가 이뻐야 한다. 어떤 내용인 줄도 모르고 보기 시작했고, 봄이니까 로맨스 코미디가 제철이기도 해서 보기 시작했다. (블로그 포스팅은 늦여름이지만 이 글을 쓴 건 봄이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재밌었고, 생각보다 단순 코미디에 그치지 않는, 한 번 더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드라마이기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출처 : tvN 홈페이지

결혼 바이럴

쓸데없는 결혼 장려 제도보다 훨씬 설득력이 높다고 생각되는 드라마였다. 미디어로 줄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악폐습적인 결혼의 모습을 비판하였고, 그걸 제외한 긍정적인 결혼의 모습에 집중하여 보여주기도 했다. 부정적이기만 했던 요즘 세대의 결혼에 대한 이미지를 많이 깨뜨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나도 얼른 좋은 상대를 만나서 하는 저런 결혼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이 들게 하였으니까.
드라마 허준이 흥행하고 한의학과 입결이 높아졌고, 드라마 스타트업이 흥행하고 청년 창업율이 높아졌다. 한때 잠깐 미디어 관련 업종에서 근무해 본 사람의 입장으로 보았을 때 미디어의 파급력은 절대 무시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
 
 
 

출처 : tvN 홈페이지

현대 청년들의 모습

요즘 세대가 왜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지에 대해서도 드라마는 잘 담았다고 생각한다. 오죽하면 주인공은 다시 태어나면 달팽이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한다. 태어날 때부터 집이 있는 달팽이를 부러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20대 때는 그저 웃긴 농담 정도로만 느꼈을 것 같다. 하지만, 30대로 들어선 지금 이 대사를 보고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내 모습이 속상하기도 한 장면이어서 기억에 남는다.
언젠가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일자리는 수도권이 모여있는데 수도권에는 살 곳이 없다.' 아마 어느 칼럼에서 비슷한 이야길 본 적이 있어서 꺼낸 이야기였을 것이다. 맞는 말이다. 지방 출신의 나는 현재 지방에는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올라왔고, 숨만 쉬어도 50만원이 넘게 나가는 작은 원룸에서 생활하고 있다. 월세만 모아도 1년에 1000만원을 모을 텐데 수도권 내 집 마련은 그렇게 점점 더 멀어져가고, 사실 이 드라마에서도 하우스푸어 남주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를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남 말 같지 않던, 공감 가는 그 모습에 2,30대에게 인기 있던 드라마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출처 : 나무위키

영화 졸업

드라마에서 영화 ‘졸업’의 명장면을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영화는 안 봤지만 워낙 유명하고 오마주도 많이 된 작품이라 명장면만 알고 있다.) 20대 때는 그저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오며 행복한 웃음을 짓는 그 커플들이 보이지만, 30대가 되어서 그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 늦게서야 찾아오는 막막한 현실감에 걱정되는 무표정을 짓고 있는 그들의 모습이 보이더라는 장면. 나도 20대 때 이 드라마를 보았다면 그저 로맨스 코미디의 달달함만 느끼는 데 감상이 그치지 않았을까.
나 또한 대학생 때 본 드라마 미생과 직장인일 때 본 미생에서 보이는 시각이 달라졌던 경험을 한 적이 있기에 정말정말 공감되는 내용이었다. 이래서 명작은 나이대별로 느끼는 감상이 달라져서 두고두고 명작이라고 불리는 게 아닐까 싶다.
 
 
 
 

출처 : tvN 홈페이지

결혼에 대한 사회학적 의견

사회학자 게리 베커에 의하면 '결혼해서 사는 이득이 혼자 사는 것보다 커야 사람들이 결혼을 한다'고 한다. 하지만 문학가 괴테는 '결혼만큼 본질적으로 자신의 행복이 걸려있는 것은 없다고, 결혼 생활은 참다운 뜻에서 연애의 시작이다.' 라고 했다. 현대의 사람들은 결혼해서 사는 이득보다 혼자 사는 것에 대한 이득이 더 크다는 판단이기에 10년간 계속 감소하기만 하는 혼인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말을 빌리자면 요즘 청년들은 괴테가 말한 사랑에서 오는 자신의 행복보다 혼자 사는 데서 오는 행복이 더 크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나는 그 생각이 틀렸는지 맞았는지에 대한 관점에서 해석하지 않아보려고 한다. 그저 그들과 다른 게 아닐까. 결혼을 하는 게 행복하지 않겠다는 그들의 생각은 틀린 게 아니라 가치관이 다를 뿐이다. 이런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은 2,30년 전에도 존재하지 않았을까. 물론 힘들어진 사회 현상도 한몫하겠지만 '요즘것들은'으로 싸잡아 표현하고 싶지 않다. 나 또한 결혼을 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 중 하나니까.
나는 현재의 청년들에게서 비혼주의의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고 하기보다 현재의 청년들이 예전보다 주체적인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편이라고 보인다. 그들은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다만 다를 뿐이다. 흑백논리로만 세상을 보려는 한국의 특성도 ‘요즘것들은’의 분위기를 부추기는데 한몫했다고 본다.
 
 
 

출처 : tvN 홈페이지

결론

이 드라마가 나온 지 5년이 지난 2023년에도 이 드라마가 아직 회자되고 다시 보여지고 있는 걸 보면 나름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생각된다. 나 역시도 가볍게 보려고 시작했지만 보다 보니 꽤나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던 드라마였으니까. 이 드라마가 나왔을 당시인 5년 전 20대 중반의 내가 이 드라마를 봤으면 그저 로맨스 코미디 정도로 그쳤을 수도 있다.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할 나이는 아니었을 당시의 나였을 테니까. 오히려 지금 30대 초반인 지금의 시각으로 이 드라마를 보고 좀 더 깊은 감상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훗날 기혼인 40대의 내가 봤을 때는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든다. 작가는 이 드라마를 통해 본인이 영화 ‘졸업’을 통해 느꼈던 감성을 관람하는 사람들에게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마음 따뜻해지는 힐링용으로 괜찮은 드라마였고, 별점은 5점 만점에 3점을 주고 싶다.